디지털 비즈니스 생태계, 생존을 위한 동맹

기업 경영 혹은 전략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기업 다각화라는 개념을 한번쯤은 들어볼 수 있습니다. 성장 동력으로서 신사업 확보 혹은 기존 사업의 강화를 위한 비용 절감, 시장 확대 등의 다양한 경영 상 목적으로 기업이 다른 산업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는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다각화 전략이 지속되어왔지만, 1990년 글로벌 시장의 경쟁 심화로 탈 다각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다각화한 사업을 정리하고 기존의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2020년을 바라보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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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략적 제휴

 

물리 산업과 ICT 기술의 융합을 근간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는 것을 통해 전세계적인 사업 다각화의 확산을 알 수 있습니다. Gartner는 제휴를 통한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 추세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IT포커스를 통해 여러 번 다뤄진 바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기존 IT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 뿐 아니라 금융, 제조 등 비IT영역으로 인식되었던 산업군까지 모든 비즈니스 인프라가 디지털화되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 자체 역량만으로는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생산 공정, 문서 업무까지도 디지털화가 진행되어야 했고, 외부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과의 연동, 제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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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별 5천만 유저 확보까지 걸린 시간(출처 : Localytics, Deloitte)

 

같은 맥락으로 최근의 기업 제휴와 관련된 또 다른 키워드는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최고정보관리책임자)’입니다. 기존의 사업 다각화, 제휴는 경영, 마케팅 혹은 재무 파트에서 진행되었지만, 디지털화가 주요 동력이 되는 사업 제휴이기 때문에 사업 개발, 전략 수립 등 다양한 부분에서 CIO의 역량과 검토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 새로운 점입니다. CIO는 제휴 수립, 합류, 조율, 탈퇴 등 모든 단계에 관여하며, 각 단계에 있어 실질적인 실행 전략과 수익 및 혁신 창출 등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디지털 제휴와 기대 효과

 

전략적 제휴 사례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기업 제휴의 특징과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든 산업군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Visual Capitalist에서 구성한 전세계 기업별 매출 규모 순위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또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왜 제휴를 해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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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6 매출 규모별 기업 순위(출처 : Visualcapitalist)

 

2001년만해도 전통적 제조업인 GE가 1위를 차지하던 구조에서, 15년 만 매출규모 상위 5개를 모두 Tech 기업이 차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ech와 비(非)Tech 업종 간의 우위가 바뀌는 모습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도래 뿐 아니라 비즈니스 유형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 규모 상위에 오른 애플과 구글의 지주기업인 알파벳, MS, 아마존, 페이스북은 어떤 기업보다도 타 기업, 타 산업군과의 제휴 및 인수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업들은 높은 매출 달성을 위해서 제휴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왜 제휴하는 것일까요? 기업 제휴는 그 목적 및 기대효과를 기준으로 크게 4가지의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Gartner)

 

1. 제휴 기업 확장

alliance3가장 기본적인 제휴 형태라고도 볼 수 있는 첫번째 유형은 보다 많은 기업들이 제휴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연결의 경제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형태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항공 동맹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97년 최초 항공 동맹인 스타 얼라이언스(Star Alliance) 출범 이후 원월드(One world), 스카이팀(Skyteam)과 같은 동맹이 뒤를 이어 출범했습니다. 항공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항공이 속해있는 얼라이언스 항공사 위주로 항공을 이용하며 공유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마일리지를 적립하는데, 이것이 바로 연결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제휴 형태가 노리는 효과입니다. 공통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프라를 공유하고, 고객 풀(pool)을 공유함으로써 단일 기업으로서 얻는 이익과 더불어 제휴를 통한 반사 효과까지 얻고자 함입니다.

 

 

 

2.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 제공

alliance4두번째 유형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자사의 서비스 안에서 모든 수요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의 제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립스가 2000년대 초 출시한 ‘센세오’ 커피메이커는 엔드 투 엔드 제휴의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이 커피메이커는 네덜란드의 커피 제조 업체인 다우버 에흐베르츠(Douwe Egberts)와 공동으로 개발했는데, 필립스는 커피메이커 머신을, 다우버 에흐베르츠는 커피를 포함해 양조 방식으로 커피를 끓일 수 있도록 하는 센세오 패드를 제작했습니다. 커피 제조 전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필립스는 가전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외에도 엔드 투 엔드 비즈니스를 위한 업계 제휴는 최근 애플, 삼성, 구글 등 글로벌 IT 벤더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엔드 투 엔드 비즈니스는 자사의 플랫폼, 서비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종속성을 높이고,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함으로써 고객 유지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3. 업계 표준화

alliance5IT 기술과 환경이 너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 뿐 아니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기술 표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표준화는 기술 호환성 측면에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기술 혹은 제품의 규격을 만들어 검토 단계에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W3C(World Wide Web Consortium) 등 전세계적으로 기술 및 산업군 별로 다양한 국제 표준화 기구가 있으며, 기업들은 해당 기구들의 표준을 자사 서비스 및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시장 점유를 유지 혹은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삼성전자가 OCF 표준을 적용한 IoT 프로세서를 출시하는 등의 신기술에 대한 표준화 적용 사례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4. 수익 외 공동 목표를 위한 연합

기업 간의 제휴가 항상 표면적인 수익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아닙니다. 작년 미국을 떠들썩alliance7alliance6 하게 했던 FBI가 애플에 고객 아이폰에 대한 암호 해제를 요청하면서 불거진 프라이버시 논쟁을 계기로 MS, 구글,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등 주요 IT 벤더들이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은 바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 비즈니스에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 및 수익 감소 등의 후폭풍을 우려한 움직임이겠으나, 이 외에도 업계 발전을 위한 단체 움직임 또는 법률 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해 업체들이 의견을 모아 협력하는 사례도 다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보보안 업계에서는 급증하는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들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서로 위협 정보를 공유하는 CTA(Cyber Threat Alliance) 등의 제휴체가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번 달 SK인포섹이 아시아 보안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CTA에 가입하는 등 정보보안 기업 간의 제휴 및 협력 체계 구성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化와 연결의 경제성

Gartner는 디지털 비즈니스 생태계 안에서 제휴를 기획하는 업체들에 신뢰, 통제, 투명성, 통합, 소비자, 혁신, 문화, 리스크의 요소를 제시합니다. 언급된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기업 간 제휴에서 요구되는 요소이며, 제휴 성격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성공적인 제휴를 위해서는 8개 요소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앞서 언급한 바처럼 사업 규모를 키워서 대량의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렸던 규모의 경제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단일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고 동맹, 비즈니스 생태계 및 플랫폼의 상업화를 주도하고, 그 관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연결의 경제성’을 고려한 핵심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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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휴 참여 유형(출처 : Gartner)

제휴에 참여하는 유형은 전략적 기여도와 혁신성을 기준으로 그 성격이 구분해야 합니다. 그 기준을 기반으로 제휴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데, 동맹,  비즈니스 파트너, 서비스 제공자, 외부인으로 나뉩니다. 제휴 관계에 있는 기업간에 서로 수익과 리스크 모두를 함께 기여 혹은 부담하며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지, 아니면 단순히 특정 필요 요소에 대해서만 서로 제공하는 아웃소잉 혹은 라이선싱와 같은 1차원적인 제휴 관계인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Gartner는 파트너십의 목적과 관계없이 제휴라는 경제적인 연결을 경쟁 우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휴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간의 동맹은 해당 업체의 사업 방향성 뿐만 아니라, 향후 전체 산업군의 발전 방향을 전망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이뤄지는 기업 제휴는 상당수가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협력 혹은 각각 기반 기술과 요소 기술을 보유한 기업간의 협력 등의 형태가 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콘텐츠를 보강함으로써 플랫폼 내에 더 많은 사용자들을 붙잡아두고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플랫폼 업체들의 노력과, 많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플랫폼 내에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선보이기 위한 콘텐츠 업체들의 수요가 결합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주요 비즈니스 제휴 사례

  • 구글 딥마인드와 영국 무어필즈 병원, 안과질환 연구 파트너십 체결
  • 구글 리바이스와 제휴해 스마트 재킷 출시 예정
  • 아마존, 킥스타터와 파트너십 체결
  • 삼성, MLB와 VR 콘텐츠 파트너십 체결
  • 인텔, 2024년까지 올림픽 기술 파트너십 체결
  • IBM, 시스코 사이버범죄 공동 대응 위한 파트너십 체결
  • NHN 엔터테인먼트, PAYCO 관련 금융권 협력 강화

 

앞서 살펴본 내용과 위 사례들은 더 이상 비즈니스 생태계에 뛰어들지 않고 가능한 비즈니스는 없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미 이러한 2000년대 후반부터 기업 경영의 트렌드는 협력(Coopo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인 Copetition과 친구(Friend)이면서 동시에 경쟁자, 적(Enemy)을 의미하는 Frenemy 등의 표현처럼 ‘따로 또 같이’의 추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는 그보다 한단계 나아가 모든 기업이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상생해야 건강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마치 생태계와도 같습니다.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급발전하고 그 영향으로 정보보안과 같은 기반 기술들이 재조명되면서, 다른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까지 너도나도 신성장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향해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디지털 비즈니스 시대의 ‘융합’과 ‘제휴’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상생하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업 운영이 필요한 때입니다.

 

*참고 :

1) Gartner ‘Build Alliances to Thrive in Business Ecosystems’

2) Deloitte ‘Accelerating Digital Ecosystem Development through Strategic Alli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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